최근 공급망 리스크가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부품부터 원자재, 에너지, 그리고 노동력까지 모든 생산 요소가 부족해지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고, 여러 나라의 경제 성장률도 위축됐는데요. 얼마 전 이코노미스트 지는 이렇게 생산 요소가 광범위하게 부족해진 현상을 일컬어 '부족 경제(shortage economy)'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공급망 리스크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병목(bottleneck)'이라는 개념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는데요. 생산-운영관리(operation management)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병목현상'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의 원인과 실태를 분석해보려 합니다.
공급망리스크=병목현상?
최근의 공급망 문제를 두고 부품 공급에 '병목현상'이 발생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병목현상'은 하나의 문제가 전체 생산 프로세스를 제약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로, 생산관리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입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병목현상의 예시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4차선 도로가 갑자기 2차선 도로로 바뀔 때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것이 대표적인 병목현상인데요. 가려는 차는 많은데 도로가 줄어들면 교통 흐름이 전반적으로 나빠지게 되는데, 이때 '줄어든 차선'이 '병목'이 되는 셈이죠. 최근의 공급망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품에 대한 수요도 많고 생산역량도 충분한데, 핵심 부품 몇 개가 부족해지면서 전체 생산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병목이 중요한 이유는 병목이 전체 생산량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 아무리 원자재가 많고 생산능력이 높아도 병목현상이 생기면 전체 생산량은 줄어들게 됩니다. 최근 반도체 부족으로 큰 타격을 입은 자동차 생산이 이런 병목현상을 잘 보여주는데요.
현재 자동차 업계의 노동력, 생산설비, 그리고 원자재 모두 차량 100대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상태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게다가 수요도 100대 이상이어서 만들기만 하면 모두 팔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보죠. 이런 상황에서 차량 생산에 꼭 필요한 반도체가 60개밖에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리 차를 더 만들고 싶어도 60대까지밖에 못 만들겠죠. 실제로 이것이 바로 포드(Ford)의 현재 상황인데요. 포드는 반도체 부족으로 9~10월 차량 생산량이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세계 공급망의 병목은 어디였을까?
이번 공급망 리스크에서 핵심 병목은 반도체와 물류, 에너지와 노동력이었습니다.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차량과 전자기기 생산이 타격을 입었고, 컨테이너선과 화물차가 부족해지면서 제품 수출입이 어려워졌죠. 게다가 원유 가격 급등과 중국의 전력난이 겹치면서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공장이 조업을 중단하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오늘은 특히 반도체와 물류에서 어떤 병목현상이 일어났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반도체
반도체는 최근 정말 핫한 키워드였습니다. 반도체 부족이 기업의 생산량과 실적의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인데요.
애플은 시스템 반도체 부족으로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3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도 못 미치게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반도체 문제로 아이폰13의 생산량을 천만대 가까이 줄일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죠. 스마트폰과 랩탑 등에 들어가는 고성능 반도체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자동차에 들어가는 일반적인 반도체의 부족도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3분기 GM의 판매량은 44%, 폭스바겐의 판매량은 30% 가까이 줄었죠. GM은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40% 감소했고, 포드는 심지어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반도체 부족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먼저 스마트폰 등 고성능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족은 파운드리 생산 능력의 한계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기술 구현을 위한 반도체 수요가 늘고, 코로나19로 언택트 수요가 커지면서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요. 하지만 5~7나노급 고성능 반도체를 위탁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기업은 전 세계에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밖에 없기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보통 TSMC와 삼성전자 급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갖추기 위해선 수십조원의 돈과 오랜 노하우가 필요하기에 다른 기업들이 시장에 쉽게 진출하기도 쉽지 않죠.
특히 문제가 심각한 것은 자동차, 냉장고, TV 등에 들어가는 일반적인 성능의 반도체입니다. 이런 제품들에는 5~7나노로 설계되는 AP칩(스마트폰의 CPU역할을 하는 반도체)과 달리 28~40나노 정도로 설계된 중간 성능 반도체만 들어가도 충분한데요. 하지만 나노 기술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파운드리 기업들은 이런 중간 성능 반도체를 생산하는 설비에 투자를 늘리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중간성능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었고,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광범위한 반도체 부족사태가 발생한 것이죠.
특히 최근 빨라지는 전기차 전환도 중간성능 반도체 수요를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전기차에는 일반 내연기관차의 2배에 달하는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인데요. 이런 가운데 반도체 생산 기업이 몰려있는 대만에서 올해 기록적인 가뭄이 발생하고,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인피니언의 생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차량용 반도체 부족사태는 더 심해졌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의 판단 미스도 한몫했는데요. 코로나19 초기 판매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 차량 업체들은 완성차 재고를 줄여나가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외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차량 수요가 급증하면서 재고가 부족해졌고, 생산을 급히 늘리려다 보니 반도체 수요도 급증할 수밖에 없었죠.
2.물류
제조 기업에 타격을 입힌 것은 반도체만이 아니었습니다. 꽉 막힌 물류도 수출입 기업들의 애를 태웠는데요. 세계적으로 컨테이너선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미국에선 항만에서 물류 적체 현상이 일어나면서 배가 컨테이너를 내리는 데만 열흘 넘는 시간이 걸린다고 하죠. 게다가 기껏 컨테이너를 하역하더라도 실어나를 화물차가 부족해 유통 기업들의 재고가 동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연말에 블랙프라이데이와 성탄절 등 굵직한 대목이 몰려있는데 물류대란으로 대규모 할인 행사도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죠. 그렇다면 이런 물류대란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먼저 컨테이너선 부족의 원인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해운업계의 전반적인 침체가 꼽히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급격하게 침체되고 소비가 줄어들면서 해운업계도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요. 실적이 좋지 않다 보니 선박 발주를 줄이고, 선박을 보수적으로 운용해왔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직후에는 물동량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가구와 PC 등 언택트 수요가 급증하면서 물동량이 크게 늘었고, 컨테이너선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운요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요금만 오른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배가 부족해 물건을 수출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죠. 이에 더해 물건을 싣는 컨테이너까지 부족해지면서 물류난을 심화시켰습니다.
어찌어찌 물건을 배에 실어 보내도 물건을 배에서 내리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데요. 미국의 대표적인 항구인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LB)항 인근에는 무려 157척에 달하는 화물선이 입항을 기다리며 떠 있다고 하죠. 항구에 도착한 컨테이너를 항구에 내리는 데만 11일 가까이 걸린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항구에 컨테이너를 내려도 문제입니다. 무려 20만대에 달하는 컨테이너가 항구에 쌓여있기 때문인데요. 올해 초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속도가 빨라지면서 항만 노동자들이 무더기로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한 주 만에 700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오면서 항만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죠. 바이든 대통령이 항만을 24시간 가동하라고 명령했지만, 물류적체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닌데요. 컨테이너를 인도받아도 이를 물류기지로 옮겨줄 화물차 운전기사가 부족합니다. 미국의 트럭 운전사 부족 문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심각한 수준이었는데요. 대부분의 기사들이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인 데다, 젊은 세대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취업을 꺼린다고 하죠.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 확산으로 온라인 배송이 급격하게 늘고, 기업들은 미국 최대의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대비하기 위해 재고확보에 나서면서 트럭 운전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것입니다. 코스트코는 운전사를 구하지 못해 휴지와 생수 재고가 동나기도 했죠.
사실 이는 미국만의 문제는 아닌데요. 영국에서도 트럭 운전사가 부족해 주유소에 기름이 동나는 사태가 발생했었죠. 트럭 운전사들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는데, 브렉시트(Brexit)로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서 이들이 모두 비자를 새로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듯 코로나19와 지정학적 문제들이 함께 얽히면서 공급망 리스크가 심화했고, 각국의 경제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에너지와 노동력 측면의 병목현상을 살펴보고,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공급망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3.에너지
최근의 에너지 대란도 미국과 중국, 유럽의 여러 국가들에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작년 코로나19 확산 직후 배럴 당 20~30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원유 가격은 어느새 80달러를 돌파했고, 비교적 깨끗하다고 여겨지는 천연가스의 가격도 유럽 지역에서 전년 대비 7~8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원유 값이 오르자 바이든 대통령은 산유국 모임인 OPEC+에 석유 증산을 요구하기도 했고,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천연가스 증산을 요구하기도 했죠. 영국에서는 유조차 운전사가 부족해지면서 휘발유가 동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아예 에너지가 부족해져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고, 공장들이 조업을 중단하기도 했는데요. 중국이 에너지 부족으로 석탄 수입을 늘리면서 석탄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인도의 전력 생산이 덩달아 차질을 빚기 시작했죠.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원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 에너지원에 대한 공급 리스크가 심해지면서 물건 가격이 상승하고 성장률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에너지 대란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크게 코로나19로 인한 수급 불균형과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앞서 반도체나 물류에서도 설명했듯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의 빠른 회복세는 예상외였습니다. 초기에는 에너지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폭락하고, 에너지 기업들도 감산에 나섰는데요. 하지만 각국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제조업 경기와 소비심리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으로 석탄 광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등 공급이 제한되기도 했죠.
하지만 수급불균형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각국의 탈탄소 정책이었습니다. 탄소 배출이 기후위기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는데요. 이런 목표에 따라 세계 주요국들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산업계의 에너지 전환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유럽의 주요국들과 미국, 그리고 중국 등은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을 늘려왔는데요.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효율이 화석연료 발전보다 낮아 늘어난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강력한 탈탄소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 러시아에서 공급되는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그런 가운데 경제 회복으로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고, 천연가스의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가 공급량을 동결하면서 에너지난을 겪게 된 것이죠. 러시아는 반대로 에너지난을 계기로 유럽 주요국에 대한 힘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계속 상승하던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러시아가 공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난방 수요가 급등하는 겨울철을 앞둔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입니다.
중국 역시 이런 탈탄소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세계 주요국들이 탈탄소 정책에 나서는 가운데, 국제 관계에서 미국과 양강을 이루고 있는 중국이 여기에 빠질 수 없었겠죠. 중국은 탈탄소 정책을 통해 중국의 선진성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자 했고, 석탄 발전을 줄여 내년 겨울로 예정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맑은 하늘'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자 했죠. 하지만 중국은 전체 전력 생산의 57%를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중국 정부가 호주와의 외교 갈등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호주산 석탄의 수입을 잠정적으로 금지하면서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결국 중국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석탄을 흡수해 에너지 수요를 충당했고, 이로 인해 인도의 석탄 공급이 부족해지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유럽에서는 천연가스가, 중국에서는 석탄이 부족한 가운데 미국에서도 석유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8월 미국을 덮쳤던 허리케인 아이다 때문입니다. 아이다가 미국 석유생산의 17%를 차지하는 멕시코만의 석유생산시설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생산시설의 80%가 마비되었는데요. 피해가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못하면서 미국 내 원유공급이 줄었고, 원유가격은 지속적으로 올라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동 산유국과 러시아의 모임인 OPEC+에 증산 속도를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OPEC+는 기존의 증산 속도를 유지하면서 석유 가격 상승을 견인했죠.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수급불균형, 각국의 탈탄소 정책, 그리고 자연재해로 인한 생산시설의 폐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에너지 대란이 발생한 것인데요. 이런 에너지 공급부족은 기업의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에너지 가격 상승분은 제품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4.노동력
반도체와 물류, 에너지 못지않게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노동력 부족 사태입니다. 미국에서는 소매업과 서비스업에서 저숙련 노동자 공급 부족 사태가, 영국에서도 저임금 노동자 부족 사태가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요. 이런 노동자 부족 사태는 모두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 만큼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먼저 미국의 경우 고령층 노동자들의 조기 은퇴와 코로나19로 인한 양육 부담 증가가 노동력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근무에 대한 거부감이 늘어나고, 증시의 급등으로 중장년층 노동자들의 퇴직금과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조기 은퇴가 늘어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전방위적 확산으로 학교와 보육시설들이 폐쇄되면서 부모의 양육 부담이 크게 늘어났죠. 늘어난 양육 부담에 젊은 노동자들은 일자리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고, 고령층의 은퇴는 빨라지면서 노동 공급이 부족해진 것입니다. 백신 접종 확대로 식당과 마트 등 서비스업과 소매업의 회복이 가시화됨에 따라 노동력 수요가 커진 것도 노동력 병목현상을 이끌었습니다.
영국의 경우 지정학적인 요인이 노동력 부족을 유발했습니다. 영국과 유럽은 노동시장을 공유해왔고, 유럽의 이주노동자들이 영국에서 저임금 노동을 도맡아 왔습니다. 하지만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의 영향으로 유럽 대륙의 노동자들이 영국을 떠나면서 노동공급이 급격히 수축했습니다. 최근 영국에서 발생했던 '주유 대란'도 이 때문이었는데요. 영국의 유조차 기사들은 대부분 유럽 대륙 출신이었는데, 비자문제로 영국에서 일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영국을 탈출한 것이죠. 현재 영국에서는 트럭 운전기사가 10만명 가까이 부족해지면서 소매점에서는 생필품이, 주유소에서는 기름이 동나는 현상이 잦아졌죠.
미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노동력 부족 현상이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위드코로나 정책의 시행으로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이 완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아르바이트 구인에 나서기 시작했는데요. 온라인 구직 공고는 40% 넘게 늘었는데 정작 아르바이트 지원자는 10% 가까이 감소하면서 '알바 구인난'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구직활동지원금 등 취업관련 제도가 개선되고, 청년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청년들이 근무환경이 좋지 않은 일자리를 기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청년 인구 감소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죠.
탄력적인 공급망 운용의 중요성
공급망 리스크가 전 세계를 휩쓰는 가운데서도 몇몇 기업들은 이를 잘 극복해내면서 높은 실적을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좋은 예시인데요. 테슬라는 공급망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반도체 공급난을 극복하고, 지난 3분기 역대 최대 차량 인도량과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호실적에 주가도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1,000달러를 뛰어넘었죠. 미국의 대표적인 완성차 업체인 포드와 GM이 공급망 리스크로 크게 부진했던 것과는 정반대입니다. 테슬라는 병목현상의 원인이었던 반도체를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파워로 극복해냈죠.
차량에 탑재되는 수백~수천개의 반도체 중 최근 가장 부족사태가 심각했던 것은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라는 반도체인데요. MCU는 특정한 기능만을 수행하는 컴퓨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PC에 탑재되는 CPU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반도체이지만, 가전제품이나 차량에 탑재되는 MCU는 특정한 기능만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래밍된 반도체이죠. 테슬라는 원래 MCU를 납품받던 업체의 공급이 줄어들자, 이를 타 업체의 MCU로 대체한 뒤 이에 맞게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는 식으로 공급난에 대처했습니다. 공급처를 다변화해 공급망을 탄력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병목현상을 해소한 것이죠.
공급망 리스크, 영향과 전망
앞서 살펴보았던 공급망 리스크는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 침체를 뜻하는 Stagnation과 물가 상승을 뜻하는 Inflation이 결합한 합성어로, 물가가 오르면서 경기는 침체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보통은 제품 수요가 늘면서 물가가 상승하고 경기가 활성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공급 측면에서 큰 충격이 발생할 경우 물가는 오르면서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하죠.
공급망 리스크로 부품과 물류, 에너지와 노동력의 가격이 모두 오르게 되면 제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기 때문이죠. 이런 식으로 물가가 상승하면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고, 상품의 생산과 판매가 차질을 빚으면서 경제도 침체되게 됩니다. 물론 아직 1970년대 미국의 상황처럼 장기적인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공급망 리스크가 심화함에 따라 세계 각국의 GDP 성장률도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공급망 리스크는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요? 일단 에너지 같은 경우,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확대한다고 밝히며 상황이 조금 진정되는 모습인데요. 하지만 석유의 경우 OPEC+가 추가 증산을 거부하면서 부족 사태가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의 경우 최근 파운드리 업체들이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어느 정도 공급난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말과 내년 초를 기점으로 반도체 대란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이죠.
하지만 물류와 노동력은 여전히 앞이 캄캄한 상황입니다. 컨테이너선 발주가 늘고 있긴 하지만 항만의 적체 현상으로 물류 대란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워보입니다. 노동력 역시 떠난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 돌아오며 회복되고 있지만, 조기 은퇴와 출산율 저하 등의 구조적 요인 때문에 장기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죠. 결국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들의 생산-운영 관리(operation management)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병목현상을 찾아내 빠르게 해결하는 기업들만이 '부족경제' 시대의 승자가 되겠죠. 과연 세계 경제는 코로나19가 남긴 수많은 리스크들을 잘 극복하고 정상 상태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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