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골프에 관심 있나요?
잘 모르더라도 우리나라 선수들이 ‘PGA 투어’나 ‘LPGA 투어’ 같은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텐데요.
요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골프 대회 중 하나인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의 명성에 도전장을 낸 대회 때문에 골프계에서 웅성거리고 있다고. 바로 얼마 전 막을 내린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예요
이 대회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돈을 대 새로 만든 건데요.
PGA 투어보다 최대 3배나 많은 상금을 내걸고 선수를 끌어들였어요.
이에 대해 인권 탄압, 언론인 암살 등으로 악명 높은 사우디가 이미지를 바꾸려고 스포츠에 돈을 쏟아붓는 것(=스포츠워싱)이라는 비판이 나왔고요. PGA는 ‘LIV에 나간 선수는 앞으로 PGA에서 뛰지 못하게 하겠다!’라며 반발했지만,
‘오일 머니’를 앞세운 LIV가 세계 골프계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와요
스포츠워싱(sportswashing)
스포츠워싱(sportswashing)은 ‘스포츠’와 ‘워싱’을 합친 건데요.
어떤 사람이나 기업·국가가 부정적 이미지(예: 인권탄압·범죄)를 씻어내기 위해 스포츠를 활용하는 걸 말해요.
큰 스포츠 대회를 열거나, 유명한 팀을 후원하거나, 아예 팀을 사들여 환심을 사는 등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것
왜 비판하는 건데?
사우디가 인권 탄압으로 악명 높기 때문 🇸🇦. 몇 년 전부터 사우디를 이끌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PIF의 회장이기도 한데요.
사우디의 국부펀드* PIF 자산 규모(약 520조 원)로 따지면 전 세계에서 제일 부유한 구단이라고. ‘오일머니’로 유명한 맨체스터시티의 '만수르'보다 15배 넘게 많은 거라, '오일머니 끝판왕'이라는 말도 나와요.
*국부펀드: 한 나라의 정부가 벌어들인 돈 중 일부를 투자해 만든 펀드예요. 다른 나라 국채나 기업 주식 등에 투자하는데, 투자수익을 올리려는 목적도 있지만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목적도 커요.
사우디의 인권 탄압 사례를 모아보면:
- 여성 인권 억압:
최근 여성이 여행과 운전을 할 수 있게 개혁을 추진했지만, 여성 인권을 위해 싸운 여성들은 아직 감옥에 갇혀 있어요.
- 성소수자 탄압:
사우디는 성소수자들을 처벌해요. 공개 태형뿐 아니라 심한 경우 고문하거나 사형을 내리기도 하고요.
- 반대 인사 살해:
지난 2018년, 미국에서 활동하며 사우디 왕실을 비판한 언론인 자말 카쇼기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 있었어요.
미국은 빈 살만 왕세자가 시킨 일이라고 봤지만, 그는 부인했고요.
무슨 일이야? 카쇼기는 누구고?
사우디의 언론인 자말 카쇼기는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에 사우디 왕실에 대하여 비판적인 글을 기고하던 저명한 칼럼니스트였죠.
지난 2일, 그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결혼 관련 서류를 떼러 사우디 영사관에 갔다가 실종되었어요.
나흘 뒤 터키 정부는 “카쇼기가 실종된 날 터키에 입국한 무장 남성 15명이 그를 살해”했다며 발표했고요.
누가 그를 죽이라고 시켰는데?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빈살만 왕세자가 시킨 일이래요.(전직 미국 외교관은 인터뷰에서 왕세자의 허락 없이 이런 일은 절대,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말하기도.)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빈살만 왕세자는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고 신기술 집약도시를 건설하는 등 “젊은 개혁가”의 이미지를 쌓으려 했지만,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 이번 사건으로 그의 잔혹함이 재조명되는 중.
사우디 말고도 터키, 미국 등 관련된 나라가 많네?
- 터키는 카쇼기가 피살당한 당시의 영상과 음성 파일을 확보했다고 말하며 사우디 정부를 비난하고 해명하라고 압박하는 중.
- 사우디와 무기계약을 체결하고 “대단한 우정”을 자랑하던 미국도 정색. 트럼프는 이런 살해 의혹이 “역겹다(disgusting)”고 말하며, 진상을 밝혀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 사우디 정부는 살해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며 터키에 공동조사단을 파견했습니다.
동시에 외국으로부터의 협박이나 정치적 압박은 거절한다는 입장.
이번 사건 때문에 사우디와 빈살만 왕세자의 평판이 급추락하며, 사우디의 국책 사업이나 사우디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국제 컨퍼런스들이 파토날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 이번에 화두가 된 사건의 실마리는 바로 애플워치.⌚
터키 정부에 따르면, 카쇼기는 영사관에 들어가기 전에 약혼자에게 아이폰을 맡겨두었고 그가 피살된 동안 애플워치에 녹음된 파일이 아이클라우드로 동기화가 됐다는 겁니다.
+ 하지만 그러기엔 애플워치와 아이폰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며, 사실은 터키 정부가 긴장 관계인 사우디의 영사관을 도청하고 있다가 피살 상황도 우연히 녹음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고요.
+ 이번 달 말 사우디에서 열리는 국제 투자회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는 많은 기대를 받고 있었지만, 다수 유명인사가 이 사건 이후 불참을 통보했습니다. 그중에는 우버 최고경영자, 김용 세계은행총재, 영국 국제통상장관, 미국 재무장관 등이 있고요. 언론인을 탄압한 사건이다 보니 CNN, CNBC, NYT, FT 등 미디어 파트너들도 불참을 선언했죠.
일각에선 권위주의 국가들의 거듭된 스포츠워싱 시도가 ‘스트라이샌드 효과’(문제를 가리려다 오히려 관심을 일으키는 것)를 부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문제전문가인 데미안 필립스는 최근 유럽연합(EU) 전문매체 ‘EU옵저버’에 기고한 칼럼에서 “스포츠워싱이 역효과를 내는 사례는 여러 차례 목격돼왔다”라며 “사우디(뉴캐슬 인수)나 러시아(소치 동계올림픽)처럼 중국은 스포츠워싱이 결코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라이샌드 효과 Streisand effect
정보를 숨기거나, 제거하거나, 검열하려는 시도가 종종 인터넷을 통해 그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때 발생하는 사회적 현상이다.
스트라이샌드 효과의 유래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 지원으로 구축한 pictopia.com에 캘리포니아의 해안선 사진 12,000장이 업로드되었는데 이 사진 중 한장이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살고 있는 저택 사진이었다. 스트라이샌드는 이 사진이 자신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사진사와 pictopia.com에 사진 삭제를 요구한 뒤 무려 5천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걸었는데... 소송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자 폭발적 관심 덕분에 그 사진은 한 달 동안에만 42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역효과를 낳게 되었다.
소송이 있기 전에 그 사진 조회수는 고작 6회였고, 그나마도 그중 2회는 스트라이샌드의 변호사들이 조회하였던 것이었다고 한다. 결국 사진은 이미 널리 퍼진 데다, 소송마저 기각되어 스트라이샌드는 소송 비용 17만 달러를 모두 부담하는 굴욕까지 당하게 되었다.
이 사건과 같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정보를 억압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그 정보를 접할 일이 없던 사람들까지도 정보를 접하도록 만드는 역효과를 낳는 현상을 스트라이샌드 효과(Streisand effect)라고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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