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투자 플랫폼
혹시 TV에서 “좋아하는 음악에 투자해보세요!“라는 뮤직카우 광고 본 적 있나요?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을 사고파는 ‘조각투자’ 플랫폼인데요.
조각투자는 비싼 미술작품처럼 혼자 투자하기엔 부담되는 자산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 여러 명이 다함께 투자하는 걸 뜻해요.
지난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조각 투자’라는 신개념 투자 바람이 불었는데요.
조각 투자란 혼자서는 투자하기 어려운 고가의 자산을 잘게 쪼개어서 여러 투자자가 소액으로 공동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대부분 IT 플랫폼을 통해 조각 투자는 코로나19로 야기된 2030세대의 투자 열풍과 맞물리며 흥미로운 대체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았는데요. 미술품, 빌딩, 소 등 가축에 이어 음악 저작권까지 조각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죠.
뮤직카우는 어떤 기업일까?
그중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는 ‘음악 저작권’에 조각 투자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 ‘뮤직카우’였습니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을 사들여 이를 신탁회사에 맡긴 후, 신탁회사로부터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인 '저작권료 청구권'을 받는데요. 이 청구권을 여러 개로 쪼개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만든 뒤, 이것을 소액 투자자들에게 판매합니다.
음악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자산화하고, 소액 투자가 가능하게 만듦으로써 2030세대가 많은 관심을 보였죠.
뮤직카우의 구조
(1) 뮤직카우가 음악의 저작권을 사들인다.
(2) 저작권료를 받을 권리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다.
(3) 투자자들이 저작권료를 받거나 이 권리를 사고팔면서 수익을 얻는다.
이후의 성장률도 독보적이었습니다. 2016년 설립된 뮤직카우는 2022년 2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 100만명, 누적 투자 거래액 3,000억원을 돌파하며 2030세대뿐만 아니라 전연령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전체 고객 중 2030세대가 55%, 4050세대가 45%를 차지했습니다. 산업은행과 각종 외국계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몇백억 단위의 투자를 완료했거나 검토 중에 있죠.
음악 저작권료 청구권의 증권성 여부
그런데 그제(20일), 정부가 뮤직카우를 규제하겠다고 밝혔어요:
“뮤직카우에서 저작권료 받을 권리를 사고파는 건 주식 거래와 똑같아. 그럼 관련 법을 따랐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지금까지 허가 안 받고 영업한 거야.” 그렇다고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건 아니에요. 17만여명의 고객을 잘 보호하라고 정부가 6개월이라는 시간을 줬거든요. 다만 규제가 발표되자마자 관련 지수가 지난달보다 약 20% 떨어졌고, 새로운 투자 상품도 만들 수 없어서 상황이 많이 어려워 보여요.
그런데 금융당국이 뮤직카우에서 거래되는 음악 저작권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조각 투자 시장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뮤직카우에서 거래되던 음악저작권과 그 청구권은 기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뮤직카우는 금융투자업이 아닌, 통신판매사업자로 지금까지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불공정거래조사, 증권신고서 제출 등 투자자 보호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죠.
이에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는데요.
금융당국이 증권성 검토에 착수한 것은 뮤직카우의 사업 모델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다른 조각 투자 플랫폼의 경우 투자자들이 부동산이나 미술품을 직접 매입해 공동 소유 하는데요. 뮤직카우는 자체적으로 원작자로부터 저작권을 구입한 뒤, 투자자들에게는 저작권의 조각이 아닌 저작권에 대한 청구권(수익청구권)의 조각을 판매합니다.
한국에서는 자본시장법상 증권 인정 여부를 ‘하우이 기준’을 통해 판단하는데요.
하우이 기준은 미국 증권법에 나오는 법리로, 증권을 ‘투자 이익을 기대하면서 타인의 노력에 따라 운영되는 공동의 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받을 권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계와 법조계에서는 하우이 기준을 근거로 뮤직카우의 증권성이 인정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죠.
*하위 테스트(Howey Test):
어떤 거래가 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테스트이다.
만약 투자에 해당하는 경우 증권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 *하우이테스트 또는 호위테스트라고도 한다.
1933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대규모 오렌지 농장을 운영하던 하위컴퍼니(Howey Company)라는 회사가 진행한 농장 분양 사건에 대해 미국 정부가 투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만든 테스트 기준에서 유래되었다.하위컴퍼니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오렌지 농장의 절반은 직접 경작하여 오렌지를 재배했고, 나머지 절반의 땅은 여러 사람들에게 분할 매각한 후 그들로부터 다시 농장을 임대받아 오렌지를 재배하는 방식을 진행했다. 하위컴퍼니로부터 농장의 일부를 매입한 사람들은 직접 오렌지를 재배할 필요가 없이, 자신의 소유한 농장 지분에 대해 하위컴퍼니에 임대를 주고 그 대가로 임대소득과 오렌지 재배 소득의 일부를 보장 받는 방식이었다.
1934년 증권거래법에 의해 설립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하위컴퍼니의 농장 분양 거래는 투자계약의 성격이 있으므로 증권거래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여, 하위컴퍼니의 오렌지 농장의 판매를 금지해 달라고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하위컴퍼니가 농장 지분 구매자들에게 투자에 따른 수익을 보장하였으므로 증권 투자 계약으로 보아야 하며, 증권 관련 법에 따라 사전에 당국에 등록을 하지 않았으므로 관련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하위컴퍼니는 이 거래는 토지 지분 매각 후 재임대 방식을 취한 것으로서 일반적인 형태의 투자 계약이 아니며 따라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관리 감독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랜 소송 끝에 마침내 1946년 미국 대법원은 하위컴퍼니가 진행한 거래는 투자계약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미국 대법원은 하위컴퍼니의 오렌지 농장 거래가 투자에 속하므로 증권 관련 법의 규제를 따라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일반적으로 어떤 거래를 투자로 볼 것인지에 관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후 미국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맞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것을 하위테스트(Howey Test)라고 부르게 되었다. 하위테스트는 다음 4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다.
- 돈을 투자한 것이다. (It is an investment of money.)
- 투자로부터 수익을 얻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There is an expectation of profits from the investment.)
- 투자한 돈은 공동 기업에 있다. (The investment of money is in a common enterprise.)
- 수익은 발기인 또는 제3자의 노력으로부터 나온다. (Any profit comes from the efforts of a promoter of third party.)
하위테스트의 4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 첫째, 돈(money)을 투자한 것이어야 한다. 돈이란 현금뿐 아니라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 수표, 유가증권, 금 등을 포함한다. 돈으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구매한 뒤, 암호화폐로 투자한 경우에도 돈을 투자한 것으로 본다. 개인의 노동력이나 정신적 기여 등은 돈이 아니므로 투자로 보지 않는다.
- 둘째, 자신이 투자한 돈으로부터 일정한 수익(profit)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수익에 대한 기대가 없이 단순히 돈을 건네준 것은 기부 또는 증여에 해당하므로 투자로 보지 않는다.
- 셋째, 다수의 사람들이 투자한 돈은 공동 기업에 속해야 한다. 공동 기업(common enterprise)이란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산을 모으는 투자자들의 수평적인 집단을 말한다. 공동 기업은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 형태가 될 수도 있고, 개발 회사나 개발팀이 될 수도 있다.
- 넷째, 수익은 자기 자신의 노력의 대가가 아니라 돈을 모은 발기인이나 다른 제3자(third party)의 노력의 결과로부터 나와야 한다. 자신의 노력의 결과로 수익을 얻는 경우는 투자로 보지 않는다.
뮤직카우의 시나리오는?
만약에 뮤직카우에서 음악 저작권을 주식처럼 사고 파는 행위가 증권성 거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뮤직카우는 ‘무인가 영업자’가 돼 최악의 경우 영업 정지 조치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뮤직카우 측은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보완 작업을 거쳐서 거래를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증권신고서를 비롯한 투자자 보호 수단을 구비하여 금융당국에 제출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조각 투자를 위한 전자공시시스템이 전무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마땅한 신고 제도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인데요.
게다가 뮤직카우 등 조각 투자 플랫폼이 이미 크게 성장한 시점에서, 뒤늦은 규제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초대형 사모펀드 중 한 곳인 블랙스톤이 영국 음원 투자회사와 1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는데요.
이미 조각 투자가 활성화된 만큼, 금융당국의 규제 방안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저작권 참여청구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결정
*투자계약증권:
참여 청구권이란?
이후 뮤직카우에셋은 국내 음원 저작권료 정산 업무를 전담하는 음악저작권협회 등과 저작권 신탁계약을 맺고,
저작권료를 분배 받습니다. 그리고 뮤직카우에셋은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인 참여청구권을 뮤직카우에 넘겨주고, 뮤직카우가 이를 조각내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것입니다.
이번 결정이 뮤직카우에 미치는 영향은?
그러나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상 투자계약증권의 첫 사례로써 뮤직카우의 위법인식과 고의성이 낮다는 점, 갑작스런 서비스 중지가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금융감독원의 조사 및 제재절차 개시를 조건부 보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은 아닌데요. 일단 뮤직카우는 다음 6개월 내로 현행 사업구조를 변경하고 그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국은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핵심적인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을 사업구조 재편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제재가 보류되는 동안 기존 투자자가 시장에서 이탈하며 기존의 저작권료 청구권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조각투자 업계는?
업계에서는 상품 성격에 따라 투자 방식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뮤직카우에 적용된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 그 자체의 조각이 아닌, 이에 대한 청구권 조각을 판매합니다.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에서는 투자자들이 부동산이나 미술품을 직접 매입해 공동 소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죠.
금융당국이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마련·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세부규정 및 적용 방침 등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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