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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가상자산 테라-루나의 폭락

by ooook 2022.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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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코인) 시장이 난리가 났어요. 시가총액 합이 73조 원에 달했던 두 코인이 휴지 조각보다 못한 신세가 됐거든요. 바로 ‘테라’와 ‘루나’ 얘기인데요. 1달러였던 테라의 가격은 일주일 사이 85% 떨어져 14센트가 됐고, 루나 가격은 99.99% 떨어졌어요 . 이 일의 영향으로 지난 12일 하루 만에 전체 코인 시장에서 약 258조 원이 증발했다고.



테라? 루나? 코인은 비트코인밖에 모르는데...

테라·루나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를 가리키는 ‘알트코인’의 한 종류예요. 특이한 점은 테라가스테이블 코인이라는 건데요

  • 스테이블 코인이 뭔데? :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은 ‘안정적인 코인’이라는 뜻이에요. 가격이 크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코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보통 달러 같은 안전한 자산에 연동(=페깅)해서 가격을 안정시켜요.
  • 뭐...? 나 ‘뒤로 가기’ 누르기 직전이야 : 잠깐! 차근차근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할 테니 포기하지 말아요! 고슴이가 ‘고슴코인’을 발행한다고 해볼게요. 이때 “1고슴코인, 고슴이에게 가져오면 언제든 1달러로 바꿔 주겠슴!” 하고 약속하면, 고슴코인은 스테이블 코인이 돼요. 1고슴코인의 가치가 1달러와 비슷한 수준으로 딱 고정되어, 안정적인 코인이 되기 때문.
  • 그럼 테라·루나는 뭐야?: 테라는 조금 색다른 스테이블 코인이에요. 루나는 테라의 값을 보장해주는 쌍둥이 코인이고요. 테라·루나를 만든 회사 테라폼랩스는 테라 가격을 달러가 아닌 루나에 연동했어요. 그리고 1루나의 값을 1달러로 정해 “1테라 가져오면 1달러 말고, 1달러 어치의 루나로 바꿔 줄게!”라고 약속했어요. 이렇게 하면 테라·루나 발행인은 실제로 달러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아도 코인을 많이 찍어낼 수 있어요 . 이 아이디어가 참신하다며 테라·루나가 핫해졌고요.




근데 왜 갑자기 가격 확 내려간 거야?
‘1테라=1달러’라는 약속에 대한 믿음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아요. 지금까지 테라폼랩스는 테라 가격이 내려가면 루나를 찍어내 그 루나로 테라를 사들였어요. 테라 수요가 많아지면 테라의 가치가 오르고, 그러면 테라 가격도 다시 오르는 현상을 이용한 건데요.

이번에는 이 방법이 통하지 않았어요. 테라 가격이 내려가 테라폼랩스가 루나를 잔뜩 만들자 사람들이 ‘루나가 테라 가치 보장해주는 거 맞아? 그러기엔 루나가 너무 흔해진 거 같은데?’라고 생각하게 된 것. 테라 가격의 보증 수표였던 루나가 의심받으니, 테라를 향한 의심도 커졌어요. 결국 테라·루나는 가격이 계속 함께 떨어지는 악순환(=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져 버렸고요 .


결국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루나의 거래 자격을 아예 없애거나(=상장 폐지), 거래를 막거나(=거래 정지), 루나는 거래할 때 조심해야 하는 코인이라고 정했어요(=투자 유의 종목 지정). 쌍둥이 코인 테라도 가격이 크게 떨어져 “사망 선고받았다”라는 말까지 듣게 됐고요.

여기에 투자한 사람은 어떡해?
루나에 투자해 피해를 본 사람은 우리나라에만 최소 20만 명에 달하는데요. 테라·루나는 국가가 아닌 개인 회사가 만든 가상화폐인 만큼, 법으로 이들을 구할 방법은 없다고. 그래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상화폐 시장을 규제해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요. 코인 시장의 분위기가 차가운 만큼 당분간은 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요.



+ ‘폰지 사기’ 같은 어려운 말도 들리던데...
테라·루나 자체가 ‘폰지 사기’였던 거 아니냐는 논란도 있어요. 폰지 사기는 새 투자자에게 받은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돈을 나눠주는 다단계 금융 사기인데요. 테라폼랩스는 테라의 가격이 내려가는 걸 막기 위해 투자자에게 무려 20%의 이자를 줬어요(=앵커 프로토콜). 이 이자를 노리는 사람이 많아지면 테라의 인기가 많아지고, 테라의 가격이 오르면 루나의 가격도 함께 오르거든요. 결국 루나가 테라의 가치를 올리고, 테라가 루나의 가치를 올리는 셈이니 폰지 사기와 같은 ‘돌려막기’ 아니냐는 말이 나와요.

국산 가상자산 테라-루나의 폭락

최근 한국산 가상자산인 루나*와 루나의 자매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의 가치가 폭락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가격이 119달러에 육박하며 글로벌 가상화폐 시가총액 순위 10위권에 들었던 루나는 일주일 새 99% 가까이 폭락하며 현재 가격이 1달러대에 그치고 있습니다. 테라도 한때 시가총액이 180억달러에 육박해 스테이블 코인 중 3번째로 시가총액이 컸지만, 최근에는 1테라의 가격이 60센트 수준까지 급락했죠.
*루나: 테라USD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일반 가상자산

**테라: 루나를 이용해 가치가 1달러로 유지되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와 루나는 ‘테라폼랩스’라는 블록체인 기업에 의해 개발됐는데요. 테라폼랩스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 권도형 대표와 티몬의 창업자 신현성 대표가 싱가포르에서 함께 창업한 기업입니다. 우리나라 창업자가 개발한 이 두 코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루나는 개발 2년 만에 세계 코인 시가총액 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죠. 하지만 이번 폭락 사태로 테라와 루나는 단숨에 휴지 조각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은 전체적으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 시장이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었죠. 이런 와중에 루나와 테라의 폭락 사태가 발생하자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매우 커졌고, 가상자산 시장은 혼돈에 빠졌습니다.

 

전례없는 급락의 이유는?

그렇다면 테라와 루나는 왜 갑자기 폭락한 것일까요? 이유는 세계 각국의 긴축정책과 테라와 루나의 독특한 거래 알고리즘에 있습니다.

 

①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5%P씩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도 한국은행이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죠.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면서 이전부터 가상자산 시장에는 붕괴 조짐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가상자산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던 스테이블 코인이나 각종 증권화 토큰도 폭락하고 있죠.

이에 업계는 가상자산 시장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며 위험회피 자산으로 여겨지던 가상화폐가 주식과 같이 고위험, 고빈도 거래가 동반되는 파생금융상품과 유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② 테라-루나의 거래 알고리즘

루나와 테러의 가격이 급락한 배경에는 독특한 거래 알고리즘이 있는데요. 테라는 코인 1개의 가치가 1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현금이나 국채 등의 안전자산을 담보로 스스로의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코인을 뜻하는데요. 1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은 현금 1달러를 담보로 삼아 1달러만큼의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테라는 다른 스테이블 코인과 달리, 가상자산인 루나가 테라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테라는 루나를 매입하거나 매도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유지하는데요. 테라의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질 경우, 판매처인 테라폼랩스는 1달러 가치의 루나를 발행해, 시중에 풀린 테라를 사들입니다. 테라폼랩스는 이렇게 사들인 테라를 소각해(=공급량을 줄여) 가격을 1달러에 맞추죠. 반대로 테라의 가격이 올라가면 루나를 사들여 테라의 가치를 낮춥니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투자자들의 신뢰 위에서만 작동하는 메커니즘인데요. 루나의 가격이 꾸준히 상승할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루나의 가치가 급격히 낮아진다면 루나가 테라의 가격을 뒷받침하는 담보물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난 8일, 시장에 대규모 테라USD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테라의 가격이 1달러 밑으로 급락했는데요. 테라의 가치가 1달러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테라와 루나의 연동 알고리즘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자매 코인인 루나의 가격까지 급락했습니다. 이렇게 테라의 담보물로 활용되던 루나의 가격이 하락하자 테라의 가격은 더 하락했고, 결국 서로가 서로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이 발생하고 말았죠.



테라-루나 쇼크의 나비효과


‘테라폼랩스’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암호화폐 기업에 투자를 요청한 상태인데요. 알레말 리서치, 셀시우스, 갤럭시 디지털 홀딩스 등에 투자 제안을 넣었으나, 대부분 응하지 않거나 거절한 상황입니다.

현재 테라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단체,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가 늘어난 테라 매도 물량에 대응하고 있는데요. 루나파운데이션가드는 자금투입장외거래(OTC)*회사에 약 7억 5천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대출해주고,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기존 연동구조를 보호하겠다는 방침이죠.

*OTC: 증권거래소가 개설하는 정규적인 증권시장 외의 거래

루나파운데이션가드는 수십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테라폼랩스가 어려워지면 루나파운데이션가드는 보유하고 있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팔아 테라폼랩스를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 경우 어마어마한 규모의 비트코인 매도 물량이 나와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또, 테라폼랩스는 테라를 담보로 15억달러 상당의 구제 금융 조달에 나서며 가격 방어에 힘쓰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테라의 가치는 0.8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는 데다, 이번 사태로 스테이블 코인 자체에 대한 신뢰 문제가 불거졌는데요.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계획하고 있고, 이번 테라-루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 의회가 스테이블 코인 규제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코인 시장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스테이블 코인의 위험성과 변동성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 않아,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요. 이에 거래소들이 보유하고 있는 예치금을 보관하는 은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거래소들은 주로 안전자산인 국공채들을 예치금으로 매입하고 있기 때문에, 뱅크런 사태가 벌어지게 되면 채권 시장에 매물이 급증하게 되고, 동시에 단기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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